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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디의 개인적인 이야기/하나디 일기

신생아 엄마의 일기- 7일차, 8일차, 9일차, 10일차 (젖몸살, 소아과 방문, 모유수유)

by 초록 하나디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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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7/18 우리 아가 신생아 인생 7일 차

새로운 시작의 월요일인데 뭔가 월요일 같지 않다는 것은 이제 매일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하겠지? 아기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경이롭다. 정말 피로도 싹 가시게 하는 행복감과 충족감이다. 오늘은 황달 팔로업으로 소아과 방문을 했다. 어제 아기 배꼽 때문에 속상하고 정말 빨리 가고 싶었다. 아침을 먹고 남편이랑 서둘러 병원을 갔다. 아기랑 외출은 항상 들뜬다. 다 처음이라 이렇게 들뜨는데 울 아기도 들뜨겠지? 엄마 아빠가 너의 마지막이 될 수는 없지만 많은 처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소중하게 다 같이 해줄게.

그래도 세 번째 외출이라고 꽤나 여유로웠는데 그래도 이모님이 외출 준비물을 체크해주시니 좋더라. 쪽쪽이 챙겨가라고 해서 챙겼는데 신의 한 수!! 나중에 병원에서 배고파해서 칭얼거릴 때 물리니까 세상 얌전.

몸무게 잰다고 기저귀까지 다 벗기고 scale에 올리라고 했는데 일단 기저귀에 살짝 똥이 묻어있어서 당황했는데 아주 조금이라 (그때는 똥을 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아가는 아직 괄약근이 약해서 똥을 계속 지리는 거였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매번 찔끔 나와 있는 똥도 1번의 배변활동으로 기록을 했었는데 말이다. 초반에는 배변 활동/ 기저귀 숫자가 매우 중요하다. 너무 안 나오면 탈수 일수도 있고, 또 아이가 잘 먹는지를 판단해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일단 올렸다. 근데 갑자기 오줌을 줄줄 싸는 게 아닌가 너무 당황해서 간호사한테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간호사가 'Don't be sorry' 이랬는데 갑자기 아기에게 참 미안해졌다.

나는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걸 너무 싫어해서 오히려 정당하게 요구해야 할 것을 못하고 넘어갈 때도 많은데, 이번에도 내가 남들에게 피해주기 싫다는 이유로 너무 당황하면서, 아이가 control하지 못하는 부분인데 약간 창피해했다는 것이 급 미안해졌다.

사실상 이런 아기가 한둘이 아닐 텐데, 그래서 방수 패드를 깔아 둔 것도 있고. 참 나는 갈길이 멀다! 내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싫지만, 그래도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당연하게 실수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생각하며 좀 더 마음이 여유로워져야겠다.

저번에 만난 Dr. Nabi가 참 좋다고 했는데, 이번 선생님인 Dr. Lau 도 꽤나 좋았다. 너무 과잉 진료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크하게 말씀해주시지만 또 설명은 자세하게 해 주셨다. 신랑은 이 선생님이 더 좋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별생각 없었는데 미국에서 생각보다 소아과 선생님은 까다롭게 선택하는 다른 지인들을 보면서 너무 알아보지 않고 소아과를 방문했나 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을 덜었다.

 

황달 수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황달은 괜찮다고 했고, 배꼽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그것도 당연한 현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매일 소독을 해주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소독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는 것이 원칙이라고.. ㅋ 역시 미국… 정말 자연주의.... 신랑이 나오면서 또 특히나 좋은 점은 영어가 잘 들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정말로 영어가 잘 들렸다. 영어가 제2 외국어인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에 관련해서는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고 잘 들려야 하는 만큼 우리는 이 선생님 두 분이 계신 이 소아과로 계속 가려고 한다.

산부인과에 가면 신기한 것이 정말 모든 것을 물어본다. 그중 생각나는 것들은

  •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집에 있는지: 이런 질문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지만
  • Any religious practice that might affect the baby's health?
  • What is the main language in your house
  • Who is the main carer of the baby?- Are you married?
  • How often do you feed her? How often does she poop and pee?
  • How much do you feed her?: 아직 6일 된 신생아이기 때문에 먹는 양 싸는 양에 대해서 확인을 확실하게 한다.

출산 병원에서도 느꼈지만, 제때 밥을 얼마나 주는지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정말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때는 두 시간에 한번씩 먹이지 않는 우리가 잘못하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들고 죄책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초보 엄마 아빠에게 확실하게 교육을 시키는 미국 방식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몸무게는 또 살짝 올라서 3.12kg. 원래 일주일 동안은 원래 몸무게에서 10% 정도 빠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는데, 계속 무게가 오르고 있다면서 우리가 정말 잘 먹이고 잘하고 있다고
선생님께서 계속 You guys have done well! Well done guys!라고라고 하는데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초보 엄마 아빠가 아직 모르는 것도 참 많고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우리 아가가 잘 크고 있다고 하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감사'라는 단어가 좀 오글아들고 괜히 종교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다 너무 감사하다. 코로나를 두 번 겪은 나인데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나주고 사랑스러운 아기로 찾아와서 너무 감사하고, 나도 별 탈 없이 몸을 회복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사랑해주시는 한국의 부모님께도 너무 감사하고 무한 사랑 주는 지인들도 감사하고 그냥 너무너무 감사하기만 한 하루하루다.

이 기분을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산후조리사 선생님과 스케줄

아기 부분 목욕 (이모님 혼자)
좌욕
수유- 물리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습! 아랫입술을 잡으면서 아기가 열었을 때 앙
스트레칭/ 배 마사지
쑥 족욕/ 수욕
점심
낮잠

뭔가 시간이 진짜 금방 가고 엄청 바쁘다! 하는 것도 없는데… 일기도 쓰고 싶고 블로그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한데… 선생님의 말대로 나는 다 잘하는데 쉬는 걸 못 하는 게 문제라고
쉬는 것= 돈 버는 것
쉬어야 모유도 잘 나오고, 몸도 빨리 회복되고 아이도 더 잘 키우고, 돈 버는 거라고.
무엇보다 산후조리사를 타지에서 고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나는 너무 행복하고 lucky 하다는 것 잘 알고 있고, 또 누구보다 정말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어서 또 행복하니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몸도 잘 회복하고 정말 건강한 엄마가 되어야지.

우리 아기가 나 닮아서 손발이 벌써 차가운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관리도 잘해주고 또 나도 몸을 잘 회복해서 건강해져서 더 건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야지.

정말 내 입에서 나올까라고 했던 말들이 매일 같이 입 밖으로 나온다. '공주님'- 진짜 오글아드는 단어인데 공주님이라는 단어가 매일 몇 번씩 튀어나오고,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미안해'라는 말들을 달고 사는 매일. 나 너무 행복해. 네가 나한테 와줘서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

화요일 7/19 신생아 8일 차

걱정했던 너의 배꼽이 떨어진 날. 다른 사람들은 엄마와의 연결고리가 떨어져서 서운하다는 말도 하던데 나는 계속 걱정이었던지라 빨리 떨어져서 좋기만 하다. 산후조리사 선생님은 너무 빨리 떨어져서 관리를 더 잘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마냥 좋고 기특하다.

수요일 7/20 신생아 9일 차

정말 순둥한 우리 아가 덕분에 순한 맛 육아의 연속이다. 어제도 4시간 자고 잠시 깨서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또 바로 4시간을 자주고 6:30am에 기상… 너라는 아기 정말 천사 아닌가.
아직 시기상조고 당연히 힘들어지는 시기가 올 거라고 하지만, 산후조리사 선생님께서도 그래서 떡잎부터 다르다고 아기가 확실히 '아빠 닮아서' 순하다고...? 응? 아빠는 분명 아기 때 엄청 울고 힘들게 했다고 했는데… 근데 확실히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자는 게 그건 아빠 닮은 게 분명하다 ㅋㅋㅋ

모유 수유가 나에게는 참 어렵지 않게 다가온 것도 참 감사하다. 아직은 물리는 것도 어렵고 양도 늘리는 단계이지만 조금씩 천천히 발전이 보여서 감사하다.

자연분만의 힘이 어마어마하다고 느끼고 정말 뛰어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는데,
또 악관절 통증으로 고생 중이고, 다시 회음부 통증이 약간 돌아오고 또 수유로 인한 목과 어깨 통증, 출산 후부터 완전 뭔가 잘못되어 있는 허리/골반 통증이 있다. 출산이 정말 쉬운 것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너라는 천사를 보면 모든 것이 잊히니 이게 바로 엄마인가 보다.
오늘도 산후조리사 선생님 덕에 편하게 하루를 보내고 또 아가가 잘 자주니 밀린 일기도 쓸 여유가 생긴다.

신랑과 나는 피곤을 달고 살지만 점점 아가의 루틴을 파악하게 되니 우리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도 쉬워질 것이라고 믿어본다.

어느 날과 같이 좌욕을 하고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미친 듯이 몸이 덜덜 떨리면서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진짜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서 일단 남편에게 두꺼운 담요와 뜨거운 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마셔도 윗니와 아랫니가 덜덜 떨리면서 딱딱 소리가 났다.

이러다 딱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 자리에 서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고, 그냥 덜덜 떨었다. 남편은 너무 놀랐다. 이게 바로 산후풍인가 했는데, 한참 뒤 진정하고 누워서 생각하니 무시무시한 '젖몸살'이 온 것이었다. 침대에 오리털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데도 추웠는데 아무래도 유축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유축도 하고 또 직수도 했다. 엄마의 힘은 위대하다고 느낀 순간이다.

젖몸살의 답은 사실 차는 양을 빼주는 것이기 때문에 눈 지근 감고 유축을 해줬다. 그 다음 날 산후조리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삼시 세끼 다 소꼬리를 먹는 날이라 이 날 고생을 한 것이라고 나에게는 소꼬리 국이 잘 드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다음 날도 33도가 되는 더운 날이었는데, 나는 집에서 마냥 춥기만 했다. 긴팔 긴바지 수면 양말이 모자라서 위에 후리스까지 입고 있었다. 그렇게 이틀 고생하고 나니 젖몸살도 말끔하게 없어졌다.

모유수유의 길이 나에게는 그렇게 험난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이유는 너무나 많다.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매일 하지 말라고 하는 신랑에게 단호하게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를 말한다.

무엇보다도 이 소중한 생명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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