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미국에서 출산, 육아

[미국 임신/출산] 가진통/ 수축/ 배뭉침 braxton hicks/ false labor 으로 병원 다녀온 후기- 병원에 꼭 가야할까? 그리고 해결책

by 초록 하나디 2022. 6. 30.
반응형

기록식으로 쓴 글이라 일기 형식으로 썼다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

 

이때는 37주 2일. 나는 절대로 가진통으로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고 확실할 때만 갈 거라고 매일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나름 고통도 잘 참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번거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과 체력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유난히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습하고 더웠던 날이었는데, 원래 땀을 잘 안 흘리고 더위를 잘 안타는 내가 (임신 후 확실히 더위를 더 잘 타게 되긴 했다) 이날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긴 했다. 

나는 원래 20주 후반부터 배뭉침이 엄청 심했기 때문에 ( 물도 잘 안 마시고, 30주 초반에 이사를 하면서 무리하면서 움직이는 날들이 많았다) 이 날도 배뭉침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근데 날도 덥고 배가 유난히 계속 딱딱한 상태를 유지했고, 약 5분에 한 번씩 딱딱해지면서 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약속이 있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도 배가 한 시간 정도 동안 돌덩이처럼 딱딱한 게 풀리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약속을 일단 취소 후에 혹시나 해서 병원에 전화했다.

"나 정말 진통은 하나도 없고 (completely no pain) 배가 계속 딱딱해져 한 5분에 한 번씩 (feels like rock)"

병원에서는 정말 이것저것 물어봤고, 몇 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출산의 징후

1. 태동이 줄었니? (decrease in fetal movement)
2. 이슬이나 출혈이 있었니? (Blood show/vaginal bleeding)
3. 양수가 새는 느낌이 있었니? (Any discharge?/ loss of fluid) 
등 여러 질문을 받았다.

배가 계속 딱딱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태동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대답했고 그 외에는 전혀 출산의 징후가 없었기 때문에 대답하면서도 그냥 물 많이 마시고 쉬라고 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받는 간호사가 이것저것 기록을 하면서 전화를 받고 있는지라 대화가 빨리빨리 진행되지는 않아서 아주 잠시 멍 때리고 있었는데, 

"Come to the delievery& Labor room"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what? 나 지금 분만실로 오라고? 나 진짜 하나도 아프지는 않고 그냥 배만 좀 계속 딱딱한 건데?"라고 했고, "응 그래도 birth check 해야 하니까 와"라는 대답을 들었다.

"미리 출산 병원에 네가 올 거라고 알리겠다. 그리고 운전 조심히 해서 와라."

진짜 너무 멀쩡해서 어벙벙했지만. 일단 남편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오라고 알리고 침착하게 (솔직히 너무 멀쩡해서 침착할 수밖에) 해야 할 일을 했다. 손톱을 깎고, 대충 다 싸 두었지만 마지막까지 쓰느라 넣어두지 않았던 준비물 (속옷, 립밤 등)을 출산 가방에 더 챙기고, 쓰레기 내놓는 날이라 쓰레기 통도 비우고 그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오늘 다시 돌아오리라는 확신이 90%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산 때 입고 가려던 옷들을 입고 남편을 기다렸다. 

80마일로 달려온 남편ㅋㅋ이 도착했고 같이 병원으로 출발. 가면서 준비되었냐 라는 농담 계속하면서 남편도 내가 너무 멀쩡해 보이니 슬슬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5분에 한번 꼴로 엄청난 배뭉침이 있었다. 

롱아일랜드 스토니브룩 Stony Brook Hospital 병원에 도착. 발렛파킹이 있었으나 충분히 걸을 수 있어서 발렛도 안 하고 걸어갔고, 병원 가서 신분증 등 신원 체크를 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크도 없이 가서 받아서 들어갔다. 휠체어 필요하냐, first pregnancy냐, 상태 괜찮냐 등 질문을 하고 당연히 휠체어 없이 걸어서 labor urgent care 쪽으로 안내를 받고 걸어갔다. 

들어가니 또 체크인을 할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해서 한 20분간 waiting room에서 기다리면서 남편이랑 진짜 아파서 오면 너무 답답하겠다 라는 말 백 번 했다. 드디어 체크인을 해주는데, 이미 기록에 있을법한 질문들 엄청하면서 좀 답답했다 ( 주소, 핸드폰 번호 등등 새로 다 물어보면서) 체크인을 하고 나서도 정말 한참을 기다렸다 30분 이상? 이때도 정말 아파서 왔으면 이 시간이 너무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 말고도 기다리고 있던 산모가 두 명 도 있었는데, 그 둘도 나처럼 매우 평온했다. false labor로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다리면서 다음에 진통이 있어서 오게 돼도 이렇게 여유롭게 기다려야 하나 걱정이 되었지만, 처음에 들어갔을 때 온 이유를 물어봤으니 진통이 매우 심하거나 양수가 터졌다면 더 빠르게 대처해줄 거라고 믿어본다.

이래서 주변 미국에서 출산을 경험한 언니들이 항상 줬던 팁이 무조건 그렇게 안 아파도 엄청나게 아프다고 하고 휠체어 꼭 타고 아픈 척 힘든 척 급박한 척해야 한다고 했던 것 같다. 아니면 마냥 기다려야만 하니까 말이다.

무튼 한참을 기다리면서 남편과 같이 온 두 팀이 나가는 장면 목격- 이분들도 false alarm으로 온 것 같았다. 매우 평온하게 나갔으나 짐은 바리바리 다 싸서 왔더라 ㅎㅎㅎ 한 남편은 이불을 가져왔고, 다른 남편은 베개를 들고 있었다. 무튼 이 사람들이 나가고도 방이 준비될 때까지 조금 기다리니 Mrs Kim? 을 드디어 불러서 들어갔다.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먼저 옷을 갈아입으라고 하고 나의 혈압을 잰 후 아이 심박수와 수축을 체크하는 두 가지 선을 연결했다. (Antenatal testing)

뭔가 엄청나게 딱딱했던 배가 이때부터는 안 딱딱해지는 느낌? 한 20분을 태동검사 NST (Non Stress Test)와 수축 검사를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가가 차거나 열심히 움직일 때는 기존의 태아 맥박이 130대였던 것에서 막 160-180 이렇게 올라갔다. 태동이랑 아기 심박수를 맞춰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의 수축은 매우 미미 ( 완전 민망) 한국에서는 태동검사를 36-7주부터 정기 검진 때 해주지만 역시나 미국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이런 검사를 하지 않는다.  

미드와이프가 들어와서 임신 경과를 체크하겠다면서 내진을 한다고 했고, 엄청 겁을 줬다. "이거 매우 불편하고 네가 힘주면 더 힘들어지는 거고 그냥 힘 빼고 나를 믿고 나랑 싸우려고 하지 마!" 이게 바로 듣기만 하던 내진인가 ㅠㅠㅠㅠㅠ 겁이 났지만 꾹 참고 힘을 뺐는데 생각보다 매우 안 아팠다. 몇 cm로는 얘기해주지 않았고 30%고 거의 진행이 안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ㅠㅠㅠㅠㅠㅠ

아직 예정일이 좀 남긴 했지만 그래도 무작정 기다림에 지쳐가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진행이 안 되었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마냥 딱딱해지는 배에 대해서 딱히 대안? 해결책? 이 없이 그냥 괜찮다고 돌아왔어야 하는 것도 좀 답답했다.

 

내진도 했고 마지막으로 초음파를 하겠다고 하면서 의사를 부르겠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오더니 이틀 뒤에 정기 검진이 있는 것 같으니 그때 가면 될 것 같다고 나는 이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진짜 병원에 와야 할 때에 대해서 다시 review 해주고 braxton hicks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러한 가진통은 언제나 느낄 수 있어. 당연한 증상이야!"

 

"다음번에는 규칙적으로 진통이 오고, 양수가 터지거나, 태아가 움직이지 않거나, 피가 흐르면 오면 돼" 

 

나는 뭔가 가진통도 진진통도 아닌 것은 알고 있었는데 오라고 해서 간 거라 살짝 억울했지만 결론적으로 병원 투어를 제대로 하고 시스템 파악을 미리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정기검진 가는 곳과 출산병원이 다르기 때문에 원래는 병원 투어를 막달쯤에 하는 것이 미국 임산부의 루틴이지만 코로나 이후 병원 투어가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진짜 출산을 하러 갈 때에는 어떠한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잘 파악했다.  정기 검진 갈 때 가끔 이 천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어디에 걸치라는 건지 이해 안 갈 때가 많은데. 한번 해보고 나니 다음번에는 남편이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병원에서 남편 앞에서 옷을 벗고 천 데기를 두르는 등 하는 게 민망하지만) 그래도 남편은 열심히 도와주려고 하고 또 실제로 진짜 진통이 오면 도움이 필요할 테니 연습하니 좋았다.

 

겁쟁이 소리도 듣고 절대 안 하고 싶다고 했던 병원 갔다가 멀쩡하게 다시 돌아온 에피소드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병원 투어를 잘했고, 진짜 진통이 걸려서 가게 될 때는 어떻게 해야겠다 라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이번에 배운 소소한 것들은

1. 휴대폰 충전 미리 잘해두자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아예 충전이 안된 상태로 병원에 갔다. 진짜 진통 걸려서 간 거면 병원에 가서 1시간 만에 핸드폰이 죽었을 것 같음)


2. 진짜로 진통을 느껴서 들어갈 때는 휠체어를 꼭 타고 많이 아프다고 하자- 그렇게 안 하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함! 

 

3. 덥더라도 겉옷을 챙겨가자- 병원이 추울 거라는 얘기를 백번 듣고 준비해 놓고도 배 뭉침 때문에 병원 가기 전에는 너무 더워서 겉옷을 가방에 넣어버렸는데, (출산 가방은 아예 차에 두고 내렸다… 다시 돌아갈걸 알아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 때문에 추웠다. 다음에는 옷을 꼭꼭 챙겨가야지. 다음에 가도 출산 가방을 바리바리 가지고 갈지는 모르겠다. 진행이 느리고 남편이 언제든 차에서 가져올 수 있으니?

 

4. 출산 준비물인 슬리퍼는 굳이 안 챙겨도 된다?! 슬리퍼가 미국 출산 준비물에 항상 들어 가 있길래 찾아보니, 대부분 유용하게 썼다고 했지만 어떤 병원은 미끄러진다고 주는 미끄럼 방지 양말만 신게 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우리 병원은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양말 필요하냐고 물어봐서 바로 양말을 받아서 신을 수 있었고 미끄럼 방지가 앞 뒤로 되어 있는 두꺼운 양말이라 다른 후기에서 봤던 것처럼 슬리퍼 없이 양말만 신고 다닐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슬리퍼를 안 챙겨도 되겠다는 확신을 들게 했다. (아주 소소한 lesson....)

.

이렇게 번거롭게 또 굳이 안 가도 되는 방문을 했지만, 다시 이 상황이 오더라도 가긴 했을 것 같다 배뭉침이 주기 적이었고 통증이 없었는데도 이미 자궁이 많이 열려 있어서 출산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글도 읽었고. 누구나 처음이고 또 사람마다 다르니 마음이 불안하면 가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다시 한번 심한 배뭉침에 대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심한 배뭉침이 있으면서 출혈, 심한 두통, 숨 가쁨 또는 호흡, 부기 또는 시력 변화를 동반하면 꼭 내원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1시간에 6번 10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지속되면 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 경우에 해당했기 때문에 내원을 했었다.

 

병원에서 알려준 해결책으로는

1. 물을 많이 마셔라

2. 휴식을 취해라

3. 심한 배 수축으로 잠을 자지 못할 때는 수면을 도울 수 있도록 Benedryl and Tylenol을 먹어라!

 

(정말 한국 병원과는 다른 미국의 병원! 약에 대해 매우 관대하고 하루에 2번씩도 타이레놀은 먹어도 된다고 말한다. 산모가 아프지 않고 편한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 찾아보니 benedryl은 심지어 알러지 약이고, 그냥 졸음을 유도해주는 약인데 편하게 잘 수 있다면 먹으라는 처방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절.대. 약. 먹.지.마 라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

 

사실 위의 방법들은 알고 있던 거고 나름 그렇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금도 배뭉침이 너무 심한 나로서는 너무 답답하지만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제부터는 마음 단단히 먹고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아무튼 나의 결론은 배뭉침이 심하면 한번 가서 검진을 받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것!

 


저의 롱아일랜드 생활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방문해주세요!

 

반응형

댓글